디카폴리스, 이번엔 진짜 나올까요
레벨파이브의 형사 RPG 디카폴리스가 2027년으로 밀렸습니다. 세 번째 연기라는 건 이미 여기저기 나왔으니 길게 적지 않겠습니다. 그보다 이 게임 이야기가 도는 곳을 보고 있으면 결국 한 군데로 모이더군요. 몇 번째냐가 아니라 이번엔 나오는 게 맞냐입니다.
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니라 다들 그냥 넘어가는데, 저도 궁금해서 이번 발표를 좀 뜯어봤습니다. 지난 두 번의 연기와 놓고 비교해보면 읽히는 게 있습니다.
먼저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2023년 11월 연기 때도, 2024년 9월 연기 때도 새 영상 하나 붙이고 끝이었습니다. 이번엔 도쿄게임쇼에 직접 해볼 수 있는 데모를 내놨습니다. 공개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바깥 사람이 이 게임을 만져본 겁니다. 저는 이게 제일 큰 변화라고 봅니다. 영상은 아직 안 굴러가는 게임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데모는 그게 안 되니까요.
지금까지 바뀐 것
2021년 공개 당시 티저
2026년 TGS 영상두 번째는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애매한 것입니다. 이번 발표에 적힌 기종은 PS5, 스위치 2, PC 셋인데 PS4와 구형 스위치가 빠졌습니다. 그런데 이걸 설명한 문장이 없습니다. 날짜만 알리고 기종은 목록에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PS4로 기다리던 사람한테는 나쁜 소식이고, 밝히기 껄끄러운 걸 먼저 말하지 않은 것도 아쉽습니다.
다만 "나오느냐"만 놓고 보면 좀 다르게 읽을 여지가 있습니다. 8년 된 기기까지 맞춰서 최적화하는 건 개발 막바지에 제일 무거운 짐입니다. 그걸 덜어냈다는 건 이제 벌이는 단계가 아니라 접는 단계로 들어갔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이유를 안 밝혔으니 확언은 못 하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쪽을 조금 더 긍정적인 쪽에 놓고 봅니다.
세 번째는 다섯 해 동안 한 번도 안 바뀐 것입니다. 이게 제일 걸립니다. 2023년, 2024년, 2026년, 2027년. 네 번의 발표에서 월이나 분기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개발사가 분기를 못 박는다는 건 안에서 일정이 섰다는 뜻인데, 이 게임은 5년 동안 그걸 한 번도 못 했습니다. 지금도 그냥 "2027년"입니다. 히노 아키히로 대표가 이번에도 시간이 걸리는 걸 알지만 정말 독특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솔직히 세 번 다 비슷한 결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원래 어떤 회사인지 봤습니다
세 번 밀린 게 많은 건가 싶어서 레벨파이브가 최근에 낸 다른 게임들을 찾아봤습니다. 보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이나즈마 일레븐 영웅들의 빅토리 로드가 대표적입니다. 2016년 7월에 "이나즈마 일레븐 아레스"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습니다. 2018년 여름에 낸다고 했다가 미뤘고, 2019년에 제목을 바꾸면서 2020년으로 미뤘고, 2020년에 2021년으로, 2021년에 2023년으로, 2022년에 제목을 또 바꿨고, 2023년에 2024년으로 미뤘습니다. 제목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여섯 번 밀렸습니다.
레이튼 교수 New World of Steam도 2023년에 공개해서 2025년에 낸다고 했다가 2026년으로 미뤄진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디카폴리스가 세 번 밀린 건 이 회사 기준으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 회사는 밀린 게임을 두 개나 동시에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나즈마는 결국 나왔습니다
여기가 제가 제일 눈여겨본 대목입니다. 9년을 끌고 여섯 번 밀린 그 게임이 2025년 11월 13일에 실제로 나왔습니다. 끝내 취소된 게 아니라 나왔어요.
그리고 그 마지막 구간이 중요합니다. 이나즈마도 8년 동안 "몇 년"까지만 말했습니다. 그러다 2025년 4월에 처음으로 8월 21일이라고 날짜를 박았습니다. 7월에 11월 13일로 한 번 더 미루긴 했는데, 그 연기는 넉 달짜리였고 그대로 나왔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레벨파이브는 몇 년씩 미루는 회사지만, 일단 날짜를 박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나옵니다. 박기 전까지가 길 뿐입니다. 표본이 한 게임이라 법칙이라고까지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 회사에서 "몇 년"과 "몇 월"이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다는 건 이나즈마가 보여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나올까요
재료를 다 놓고 보면 데모는 좋은 쪽, 기종 정리는 약하게 좋은 쪽, 분기 미발표는 나쁜 쪽인데, 여기에 회사 전례가 하나 더 붙습니다. 이 회사는 오래 끌지만 접지는 않습니다. 취소 가능성은 낮게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나오느냐"가 아니라 "2027년이 맞느냐" 쪽입니다.
그리고 언제 판가름 나는지가 꽤 분명해졌습니다. "2027년 몇 분기" 또는 정확한 날짜가 나오는 순간입니다. 이나즈마 때는 그 발표가 실제 출시 일곱 달 전이었습니다. 디카폴리스가 2027년 안에 나오려면 그 발표가 늦어도 내년 중반에는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분기가 나오면 저는 이번엔 진짜라고 보겠습니다. 내년 중반까지도 "2027년"으로만 있으면 네 번째를 각오하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게임 자체는 저도 기대하는 쪽입니다. 레이튼 교수 만들던 회사가 하는 추리물이니 잘 뽑힐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나즈마가 9년 걸려 나왔을 때 처음에 기다리던 사람이 얼마나 남아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5년째 기다리는 중이고 중간에 기계까지 갈아타야 한다면, 나왔을 때 반갑게 맞아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분기가 나오거나 날짜가 또 바뀌면 여기에 다시 적겠습니다.